대한민국 '情', 세계시장을 점령하다_오리온초코파이 해외사업 현황
작성일2006-11-06
세계로 뻗어나가는 ‘情’, 7cm 과자로 세계시장 점령하다
‘오리온초코파이’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매우 기쁜 일이다”(有朋自&\#36828;方&\#26469;,不亦&\#20048;乎)
중국인 들이 즐겨 쓰는 속담인데 현재 중국인들이 한국기업인 오리온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 오리온의 중국 이름인 ‘하오리여우’(好麗友, 좋은 친구)도 사실 한국 회사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만큼 오리온은 중국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며 우리나라 유일의 정서인 ‘情’을 초코파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하오리여우’라는 이름으로 지난 93년 북경 현지사무소 개설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첫 발을 디딘 오리온은 현재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5개의 해외 현지법인이 있으며 올 해 러시아, 베트남에도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명실공히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위용을 갖추게 된다. 지난 해 매출액은 1억 9천만 달러를 넘어서며 해외시장 매출액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인의 마음에 ‘情’을 심어주고 있는 좋은 친구 하오리여우
중국 북경에 위치한 대형할인점 까르푸에 근무하는 쒸뀐(27)은 “결혼식 문화를 중요시하는 중국에서 결혼식 답례품으로 초코파이를 한 상자씩 나눠주는데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하며 경외감을 표시했다. 중화사상으로 가득 찬 중국인들에게 인정 받은 제품으로 성장한 것이다.
또 국내와 달리 중국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명품으로 통한다. 중국 내에서 버스 이용료가 1-3위안인데 초코파이의 가격이 1위안-1.5위안(한화 125원-180원)에 거래되고 있으니 고가의 제품이다.
지금의 초코파이가 프리미엄제품으로 성장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95년 9월, 초코파이 변질 사건으로 오리온은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신뢰를 기본으로 유통망을 견고히 하고 있던 오리온에게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였다. 오리온은 전국 여덟 개 지역을 거점으로 유통되던 초코파이 전량을 수거하라는 신속하고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싼토우 항 인근 들판에서 소각했다. 초코파이 수거작업은 1 달 동안 계속 되었고, 이 후 많은 투자를 통해 패키지를 교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하기 위해 애썼고 그 결과 중국인들의 좋은 친구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만리장성에서도 좋은 친구 오리온 초코파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중국의 자랑, 만리장성 꼭대기에서도 대한민국의 ‘오리온 초코파이’가 노점상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오리온의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큰 몫을 했다.
오리온은 중국지역에서 철저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펼쳤는데 중국 진출에 있어서 처음 시도한 것이 바로 컬러마케팅이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파란색 패키지였던 초코파이를 붉은색 패키지로 바꿨으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情’이라는 정서도 현지 TV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오리온은 중국 진출 초기에 단기적인 매출 상승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코파이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대형 옥외광고, 빅모델 전략, 대형할인점 프로모션이나 거리 시식회, 사회공헌 사업 등을 전개하며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차별화를 이뤄 나갔다.
거리 시식회를 주관했던 오리온 중국법인 관계자는 “당시로서는 중국인들에게 무료 시식회는 너무나 생소한 행사여서, 중국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털어놨다. 대책회의를 통해서 중국인들에게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묘안으로 그때까지 중국에 존재하지 않던 대형 옥외광고물을 천안문 광장에 세웠다. 1년치 광고비를 쏟아 부은 광고는 대성공이었고 그 다음부터 실시되는 시식회는 북새통이었고 시식회장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시식회뿐 아니라 많은 실험적인 마케팅 수단을 시도했는데 가장 성공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트래쉬 마케팅(trash marketing). 오리온 중국법인 마케팅관계자는 “시식회장 근처의 쓰레기통을 죄다 숨겨서 시식회에서 먹은 초코파이 패키지를 행인들로 하여금 보이게 하여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재 각인시키도록 했으며,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러한 현지기업, 글로벌기업들과는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과 중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기업, 신뢰를 강조하는 기업정신을 바탕으로 ‘하오리여우’라는 브랜드 파워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며 지난 해 중국시장에서 1억 달러 매출액을 달성했고 올해도 큰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남한 땅의 100배나 되는 대륙, 13억 인구를 지닌 기회의 땅, 그러나 중국은 결코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그곳에서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오리온의 투지가 있어, 지금 대한민국 과자 초코파이가 만리장성을 녹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베트남에서도 명품 초코파이
오리온이 중국에 이어 성장세가 빠른 지역은 러시아(Orion Food Russia Co.)이다. 러시아에서도 오리온은 파이 시장점유율 50% 이상 기록하며 매출액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오리온은 올 해 상반기 러시아에서 본격적인 현지 생산체제를 가동했다. 곧 완공될 현지 생산공장은 초코파이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제과공장으로서 연간 5,000만불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리온이 러시아에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년에 걸친 면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성공가능성을 찾고, 러시아 문화에는 쉽게 접하기 힘든 이국적인 면모로 다가갔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권을 바탕으로 한 러시아 진출 다국적 제과 업체들은 실용적인 서구 문화권의 영향으로 베이직하고 무미건조한데 반해 오리온은 제품의 맛이나 디자인, 컨셉에 있어서 다양함을 추구했다. 또 재미를 차별화 요소로 하여 초코파이 상자 안에 꼬빌(꼬마모빌)을 넣어 색다른 접근을 했는데 초콜릿과 머쉬멜로우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초코파이의 독특한 맛과 함께 차별적인 접근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동남아 시장 성공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할 베트남 지역에서도 오리온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각 가정 사당에 제사 음식으로 쓰일 정도로 명품 대접을 받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현재 베트남 파이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해 베트남 시장에서 오리온의 매출액은 1,050만 달러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성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리온 파이맨들의 신념으로 그 성공이 더 값지다. 1998년 아시아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베트남 경제는 붕괴됐고 베트남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다른 외국기업들이 본국으로 되돌아갈 때도 오리온의 직원들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미래 성장가능성을 믿고 초코파이는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소수의 제품이라도 유통시키기 위해 잔류했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베트남에서 오리온은 외환위기 이전의 판매 규모를 회복하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 후 오리온베트남유한공사(Orion Food Vina Co.)는 동남아시아 시장 점령을 위한 거점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은 오리온의 현지법인 중 5번째이며 국가로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번째다. 또 하반기 베트남 빈증성 미푹공단에 연간 4,000만 달러 규모의 종합제과공장이 완공되면 현지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및 인도, 중동지역에 오리온의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