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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도, 오리온 초코파이 '情'_오리온 러시아 사업 개요

작성일2006-11-06

러시아에 부는 오리온 붐

 

지난 3월 오리온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두번째 생산공장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이번 생산라인 오픈을 계기로 러시아와 동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러시아 서부를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 국가의 소비자에게 신선한 제품을 공급함과 동시에 물류비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몇 년 전만해도 수출 불모지의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러시아. 낯선 땅 러시아의 중심에 대한민국 오리온이 우뚝 서있다. 모스크바 전철역 매점에서부터 대형 할인점까지 ‘오리온 초코파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90년대 초, 러시아 땅을 ‘오리온 초코파이’로 뒤덮겠다는 오리온 파이맨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에게 대한민국과자의 힘을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서진정책’

지난 해 러시아현지법인 오리온러시아유한공사(Orion Food Russia)는 4,5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몇 년째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으며(2004년 매출액 3,500만 달러), ‘오리온 초코파이’는 파이시장에서 6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93년 오리온의 본격적인 러시아 진출 당시 러시아 제과 시장은 다농,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기업들과 프뤼쥬다, 볼셰빅 등 100년이 넘는 러시아 전통 제과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강자들의 무대였다.

특히 모스크바 시장의 경우 세계 유수의 식품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내 제과업체들은 엄두를 못 냈던 것.

하지만 오리온은 90년대 초반 내실 있는 경영추구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으로 시야를 넓혔다. 전략적으로 수출이 국내 제과산업 발전의 새로운 열쇠라는 해법을 찾아낸 것이다. 물론 러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방향설정은 ‘오리온 초코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1974년 출시이래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우리가 개발한 우리만의 제품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해외시장에 주력했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 뒤에는 글로벌 제품에 밀리지 않는 ‘오리온 초코파이’ 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오리온은 러시아시장에서 성공을 위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근히 그리고 조용히 준비해 나갔다. 1993년 러시아 지역 수출의 신호탄으로 극동의 블라디보스크를 시작으로 서쪽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블라디보스크, 하바로브스크, 사할린, 노보시비르스크, 옴스크에 이르는 우랄산맥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초코파이가 반응이 좋다고 해서 많은 브랜드들을 시장에 공급하지 않고 주력 제품, 오직 ‘오리온 초코파이’에 집중했다. 80년대 국내 제과사들이 무분별하게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법을 지양한 것이다.

한편 러시아 극동시장 진입에 성공한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대해서 프리미엄 정책을 고수했다. 국내에서 초코파이가 국민과자로 소비된 것과는 차별적으로 고급 파이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일례로 다른 국내 제과업체들이 덤핑 등 저가 정책을 고수할 때 오리온은 덤핑에 의한 수출을 전면 통제해 프리미엄 제품임을 러시아인들에게 각인시켜 나간 것이다.

 

극동지방에 국한되었던 ‘오리온 초코파이’의 최종 목적지는 러시아 북부의 수도 모스크바와 빼제르부르그 지역. 하지만 94년만해도 이 지역에서 국내 제품은 전무한 상태였다.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시장이었지만 장거리 운송에 따른 운임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때 오리온은 미래 러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제품의 신선도와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품위 유지를 위해 항공운행과 선박운행 병행방식을 택했다. 비용적으로 회사입장에서 많은 부담이었지만 러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오리온의 해외영업팀 뿐 아니라 해외마케팅팀의 능력도 큰 몫을 담당했다. 국내에서부터 초코파이 情 마케팅, ‘따조’를 비롯한 판촉물 등의 성공으로 충분한 트레이닝을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던 것. 국내시장에서 갈고 닦은 마케팅능력을 낯선 유럽인들에게 보여 주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TV 광고를 러시아어로 그대로 더빙하여 방송했다. 또 기존에 ‘Chocolate Pie’, ‘Orion Chocopie’ 등으로 다양하게 주문되어 수출하던 초코파이 명칭을 ‘Orion Chocopie’로 통일했으며 패키지도 내수용과 같은 청색에서 적색 계통으로 변경하는 단일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제품도 12개입 1종에서 6개, 10개입 등 러시아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정책을 펴갔다.

 

 

오리온이 하면 뭔가 다르다

현재 오리온이 러시아에서 성공기반을 마련하기까지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외금융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는 지급유예를 의미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 이때가 오리온의 러시아 시장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모든 수입제품의 유통가격이 4배 가까이 급증하게 되었고 모든 수입유통이 붕괴 상태에 빠졌다. 시장 공급을 눈앞에 두고 있던 100개 가량의 콘테이너 분량의 초코파이와 수출 대기 중이던 물량 10만 박스가 고스란히 부동재고가 되었다.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국내 기업들은 하나, 둘 짐을 싸서 국내 복귀를 결정하며 돌아가자 사내에 러시아 시장 철수에 대한 여론이 높아갔다. 하지만, 러시아 현지직원들은 당시까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살아남을 전략을 구상했다.

 

오리온의 러시아 영업담당자는 “당시 러시아 혼돈을 틈타 리글리, 다농, 네슬레, 프리토레이 등 서구 글로벌 업체들은 향후의 시장 선점을 위해 오히려 러시아 현지 투자를 늘리며 미래지향적 전략을 과감히 취했다. 우리로서는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었지만, 당시 동고동락을 함께하던 전 직원들이 꼭 이 위기를 돌파하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오리온은 우선 인접한 유럽지역과 아랍권, 미주, 동남아지역 등 본사의 기존 세계 영업망을 총동원해 재고 처리에 매진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지역에서도 모스크바와 블라보스토크에 대해서도 소량이나마 최소한의 제품 유통을 유지해나갔다.

이를 위해서 러시아 현지직원들은 직접 트럭을 타고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크의 도매상들을 찾아 다니며 한, 두 박스씩 판매했던 상황은 누가 시켜서 할 수 없는 오리온 현지 직원들의 재기에 대한 의지, 피눈물 나는 희생, 향후 시장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인들에게 퍼져가는 초코파이 情.

용산에 있는 오리온 본사에는 러시아에서 직접 날아온 편지들이 수북하다. 삐뚤삐뚤한 글씨체의 러시아 어린아이부터 PC로 만든 대학생들의 마케팅 제안까지 오리온이 러시아에서 더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만큼 오리온은 러시아인들에게 외국기업에 앞서 생활 속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오리온의 제품을 좋아하고 오리온 회사를 아끼는 러시아 소비자들에 대한 보답으로 국내 담당자는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초코파이를 러시아어 편지와 함께 보내준다고 한다. 오리온의 해외마케팅 관계자들은 “실제 업무에 반영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러시아 소비자들에 대해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러시아인들의 주 교통수단인 ‘트롤리’(전기버스)도 ‘오리온 초코파이’를 달고 운행하며, TV광고뿐만 아니라 신문광고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경품행사 당첨자는 신문광고를 통해 발표할 만큼 러시아 인들의 오리온에 대한 관심은 높다.

오리온이 러시아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밀한 전략아래 이루어졌다. 전세계에서 당류 소비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는 초코파이 천혜의 시장이다. 연령에 관계없이 달콤한 맛을 즐기는 러시아의 문화 덕분에 세대별 소비량의 편차도 없다. 그래서 초코파이는 러시아의 가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광고도 부드러움이라는 제품 가치를 넘어 ‘가족과 함께하는 편안한 휴식, 초코파이’로 진행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엄마와 아이 사이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인식시켜나갔고 동양문화권의 따뜻한 정 개념과 러시아 가족문화를 경쾌하게 담아냄으로써 이제는 세계인의 정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또 유럽인들에게는 생소했던 ‘꼬빌’(꼬마 모빌의 약자)과 같은 인팩(in-pack)물을 삽입함으로써 제품 이외에 또 다른 재미를 준 점도 크게 작용했다.

 

지난 해 러시아에서는 유럽의 글로벌 식품기이 국민스포츠라 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 유소년리그 후원사를 한국기업인 오리온에게 빼앗겼다. 후문에 의하면 많은 기업들이 후원을 위해 경합을 벌였고 특히 다른 회사에서 많은 후원금을 배팅했지만, 주최측이 한국의 제과회사 오리온에게 후원의뢰를 했다. 이제 오리온은 러시아시장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친숙한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법인 외에 중국 세 곳의 현지법인, 베트남에 현지법인 1 곳 등 총 5개의 해외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공장도 중국 북경, 상해와 러시아 모스크바 외에 올 해말 베트남 공장이 완공하면 명실상부한 오리온의 글로벌 벨트가 형성됨으로써 중국대륙,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부유럽 전역,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